호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여유로운 삶의 질로 전 세계인의 이민지로 사랑받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문화, 생활, 언어 등에서 낯선 점이 많습니다. 저도 2015년에 처음 호주에 왔을 때 한국과 다른 점을 많이 발견하여 신기했었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똑같지만 새로운 나라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오지 않는다면 처음 호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혼란과 불편함을 겪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호주에 오면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20가지를 소개합니다. 제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이민이나 유학, 워홀 등을 준비 중인 분들에게 실질적인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1. 대중교통 불편
한국처럼 촘촘하고 정확한 시간표의 대중교통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나라의 발전 수준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호주는 남한 기준 77배의 규모입니다. 하지만 인구는 한국의 절반이니 한국 수준의 인프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은 작은 땅에 인구밀도가 높아 인프라를 구축하고 설계하는 데에 비용대비 사용률이 높아 비용이 금방 커버됩니다. 그러나 호주는 그렇지 않아도 인구가 적은데 인프라를 교외지역까지 널리 구축하기에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자가용없이 여행다니기 어렵습니다. 사용인구가 적으니 그나마 있는 대중교통도 간격이 넓은 편입니다. 특히 대도시인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을 제외한 지역은 버스 간격이 길고, 주말엔 거의 운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호주에 온 이상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너무 시골에서 살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2. 외식 물가 부담
호주의 외식비는 매우 높습니다. 간단한 한 끼도 $15 이상이 기본이며, 팁 문화는 없지만 서비스 요금이 기본가에 포함되어 있어 체감 비용이 큽니다. 장을 볼 때는 개인적으로 한국이나 호주나 큰 차이를 못 느꼈지만 외식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호주는 최저 임금이 전 세계를 놓고 비교해도 상위권에 속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비스업 비용이 높은 편입니다. 한국도 요즘 외식 비용이 올라갔다고는 하나 호주에 비하면 그래도 저렴한 옵션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3. Slow life
한국의 빠르고 체계적인 행정에 익숙한 사람들은, 호주의 느긋한 행정 절차에 불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은행 계좌 개설, 의료카드 신청, 각종 공문서 처리 등도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호주에서 가장 먼저 가져야 할 마음 가짐은 바로 릴렉스입니다. 쿠팡 당일배송에 적응되어 있던 한국인들이 호주에 와서 배송을 몇 일씩 기다려야 하니 답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호주는 한국보다 77배가 넓은 나라입니다. 한국과 같은 스피드를 기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긴 합니다.
4. 언어 장벽
영어를 잘하더라도 호주식 억양과 속어, 줄임말에 처음엔 당황하기 쉽습니다. “G'day mate!”처럼 캐주얼한 인사도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집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영어로 대화하면 간혹 학생들이 못 알아들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호주 슬랭을 써서 영미권 학생들도 주춤하곤 합니다. 저의 첫 도시는 케언즈였는데 도시도 아닌 시골(?)이 저의 첫 도시였으니 그 영어가 얼마나 알아듣기 힘들었는 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영어가 아닌 다른 제3의 언어인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지금도 다양한 영어 발음에 곤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 부분은 개인의 노력도 좋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고 다소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5. 직설적인 대화
호주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직설적입니다. 이를 불편하게 느끼는 한국인도 많으며, 때로는 예의 없다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겸손이 미덕이라고 생각하여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때도 조심스러워 하고 간접 화법을 많이 쓰지만 호주는 보다 직접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쓰는 편입니다. 이는 호주의 특징이라기 보다 서양 문화권의 특징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제 학생들은 한국 드라마나 쇼프로에서 한국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에 놀라곤 하니까요.
6. 집 구하기 어려움
특히 대도시에서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임대 조건이 까다롭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여러 명과 경쟁해야 합니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져 전국적으로 집값도 많이 오르고 렌트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렌트 테넌트를 구할 때 경쟁이 심하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미리 집을 구하고 호주에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7. 느슨한 서비스 정신
식당, 마트, 고객센터 등에서의 서비스가 한국에 비해 훨씬 느슨합니다. 고객은 ‘왕’이 아니고, 직원의 태도에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전 이 부분만큼은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의 태도가 동등한 호주가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갑질 손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보니 그 누구도 왕이 아닌 단순히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그에 대한 마땅한 대가가 주어지는 단순하면서도 아주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호주 서비스 정신이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 세금 및 생활비 부담
소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떼어가며, 생활비도 높은 편입니다. 자잘한 비용이 모이면 월세 외에도 큰 지출이 발생합니다. 호주에서 수출매니저로 일했을 때 급여 증명서를 보고 놀랐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라에서 너무 많은 세금을 떼어갔기 때문이었는데요.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호주의 복지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긴 합니다. 한국에서 산 세월이 더 길다보니 지금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9. 인종차별
대부분의 호주인은 친절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무례한 인종차별 발언이나 시선을 받을 수 있어 당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2015년에 호주에 처음 왔고 이제 10년차이지만 아직까진 인종차별을 겪어 본 적은 없습니다. 간혹 주변에서 듣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오래 사신 분들에 의하면 몇 십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별로 없는 편이라고 합니다.
10. 병원 예약 시스템
병원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응급이 아닌 이상 당일 진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GP(일반의)를 통해 전문의에게 소개를 받아야 하는 구조도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도 같은 시스템인데요.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병원에 간다는 단순한 표현을 영어로는 'go to see a doctor'라고 하는 건가 싶습니다. 병원이 아닌 오피스처럼 생긴 곳에서 GP를 먼저 봐야 하니까요.
11. 한국 식재료 찾기
아무래도 한국에서처럼 다양한 한식 재료를 쉽게 구하기 어려우며, 대형마트에선 제한적인 품목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왔던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훨씬 많은 한국 제품을 일반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고 한국 슈퍼도 많아져서 전 이 정도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2. 운전 문화 차이
도로 규칙이 다르고, 운전석이 오른쪽인 점, 신호 체계 등이 달라 초보 운전자는 적응에 시간이 걸립니다. 운전석이 반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반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심 지역은 버스전용차도가 있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주의점은 roundabout인데 한국에서도 제주도나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인데 호주에 꽤 많기 때문에 어느 차선과 방향이 우선인지, 깜박이를 언제 어떻게 켜야 하는 지 꼭 숙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운전 단속에 걸리면 한국에 비해 벌칙금이 매우 높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13. 공공기관 업무 시간
공공기관이나 은행 등이 오후 4~5시까지만 운영되며, 주말엔 아예 닫는 경우도 많아 시간 조율이 필요합니다. 도시 중심가 빼고는 카페들도 아침 일찍 열고 대신 오후 2시 정도면 닫기 때문에 한국처럼 밤에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14. 여유로운 삶의 템포
호주는 일상생활 전반이 느리고 여유롭습니다. 이는 급한 성격의 사람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슬로우 라이프에 적응하지 못 하고 한국에 계획보다 일찍 돌아간 지인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에 지쳐 호주로 왔기 때문에 이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고 있지만 확실히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15. 온라인 쇼핑 제약
앞서 언급했듯이 배송이 느리고 반품 절차도 복잡합니다. 한국의 당일배송, 익일배송 시스템에 익숙한 이들에겐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10년 전보다 많이 개선되어 배송 조회, 속도 모든 면에서 전 이 정도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6. 교육 시스템 차이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교육 시스템의 방식과 수업 흐름, 방학 구조 등이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이 부분은 전 아이가 없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모르지만 데이케어, 유치원, 프리 스쿨, 공립 학교, 사립 학교 등 다양한 시스템이 있고 생각보다 홈스쿨링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17. 종교나 정치 대화 지양
일상 대화에서 종교나 정치 이야기를 꺼리는 문화가 있어, 잘못 말하면 분위기를 망치기 쉽습니다. 한국은 3대 종교인 기독교, 불교, 천주교가 대부분이지만 호주는 다문화 국가인만큼 아주 다양한 종교가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치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한국 사람들은 특히나 정치에 관심이 많고 민감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8. 공휴일 및 영업제한
공휴일에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거나 운영 시간이 단축됩니다. 대형마트도 오후 5시 이전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융통성이 부족한 것 같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적응하면 크게 문제될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마트들은 칼같이 모두다 닫는 공휴일이 있으니 미리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공휴일에는 인건비도 올라가기 때문에 식당이나 서비스업을 이용하면 곳에 따라 추가 몇%를 지불해야하니 이 부분도 숙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19. 개인주의 문화
사생활을 중시하며, 사적인 질문을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처음엔 인간관계 형성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람들이 매우 주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한국에서는 쉽게 물어보는 질문들이 호주나 서양 문화권에서는 민감한 질문이 될 수 있으므로 사적인 질문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되기 전에는 지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20. 자연환경 적응
강한 자외선, 변덕스러운 날씨, 갑작스런 기온 변화 등 자연 환경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브리즈번에 살고 있는데 여름이 긴 편이고 겨울은 한국에 비해 덜 춥고 낮에는 따뜻한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이 날씨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시드니나 멜버른은 하루에 4계절이 있다고 할 정도로 일교차가 심하고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어느 도시에 사느냐에 따라 잘 대비하는 게 좋습니다.
그 밖에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기가 좋고 자연이 좋다보니 다양한 생명체(?)가 밀접하게 함께 공존하여 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저도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습니다. 호주는 흔히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과는 다른 점이 많아 정착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자국과 비교했을 때 장단점이 있을텐데 전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승화시켜 이해하려고 했고 비교적 잘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위에서 소개한 20가지 항목을 미리 알고 준비한다면,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이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호주 생활을 계획 중이라면,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