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과 문화적 요소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저는 2015년에 호주에 왔고 여기서 생활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화적 차이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순한 날씨 차이뿐만 아니라, 직장 문화, 대인 관계, 쇼핑 방식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호주에서 살면서 가장 놀랐던 문화 차이들을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인사와 소통 방식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호주에서는 가벼운 "G’day!"(굿데이) 또는 "How’s it going?"(어떻게 지내?) 같은 친근한 인사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한국에서는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 상대방도 똑같이 화답하여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호주에서는 스몰토크를 좋아해서 꽤 대화를 이어갑니다. 쇼핑을 하기 위해 가게에 들어가거나 커피를 주문할 때도 이것 저것 물어봐서 당황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질문은 오늘 쇼핑하는 날인지, 주말에 뭐 하는지 등을 물어보기도 하고 패션에 대해 칭찬을 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 지,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지 어색했지만 그냥 디테일하게 이야기할 것 없이 간단하면서도 편하게 대답하면 됩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존댓말이 필수적이지만, 호주는 대부분 직장에서도 상사에게 이름을 부르며 평등한 분위기로 대화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남편의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 갔다가 남편이 상사와 이름을 부르며 친한 친구로 지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2. 직장 문화: 야근이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야근과 회식 문화가 일반적이지만, 호주에서는 업무 시간이 끝나면 개인 시간을 중시합니다. 물론 회사 동료와 친해져서 자발적으로 함께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건 호주 사람들도 똑같이 합니다. 다만 한국 회사처럼 반강제적인 분위기의 회식 문화은 없습니다. 법적으로 주 38시간 근무가 일반적이며, 상사가 퇴근 후 직원에게 업무 관련 연락을 하는 것도 거의 없습니다. 또한, 호주는 철저한 워라밸(Work-Life Balance)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개인 시간을 보장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국에서 근무했을 때는 정시 퇴근하는 날도 시간이 되면 한참 눈치 보다가 쭈뼛쭈뼛 일어났는데 호주에서는 업무 시간이 끝나기 몇 분 전부터 책상을 정리하고 시간이 되는 순간 모두 자리에 일어서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었습니다. 간혹 업무상 추가 시간 근무가 필요할 경우에는 시간에 따라 회사에 요청하여 추가 수당을 받습니다. 주말 근무는 물론 더 많이 받습니다.
3. 팁 문화가 거의 없다
미국과 달리, 호주에서는 식당에서 팁을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국에서도 기본적으로 팁 문화가 없지만, 호주의 경우 최저임금이 높아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이 팁 없이도 충분한 급여를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간혹 팁을 주기도 하지만, 강요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문화입니다. 원래 팁이라는 것은 서비스에 만족할 때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지불하는 컨셉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미국에서는 팁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다행히도 호주에는 이런 팁 문화가 없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제값만 지불하면 됩니다.
4.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간다
한국에서는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것이 당연하지만, 호주에서는 많은 가정이 신발을 신고 실내 생활을 합니다. 물론 일부 가정에서는 신발을 벗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를 모르면 처음에 방문할 때 다소 당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계기로 많은 가정이 청결에 대해 고민하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집마다 문화가 다르니 처음 방문하면 신발을 벗는 것이 좋은 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신발을 벗는 것을 오히려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꼭 물어보는 센스를 가집시다.
5.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한국의 지하철과 버스 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이고 정확한 시간에 운행됩니다. 반면, 호주는 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편입니다. 버스나 기차가 연착되는 경우가 많고, 노선도 다양하지 않아 자가용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교통비도 한국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일단 나라자체가 한국의 몇 십배 이상으로 크고 인구는 한국의 절반밖에 안 되니 어쩌면 당연한 부분입니다. 교통 인프라가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등 각 주의 주도와 주요 도시들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도심에서 조금 넘어가는 순간 허허벌판에 캥거루가 뛰어노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전기차 사용이 한국에 비해 불편합니다. 아무래도 땅이 넓고 인구밀도는 낮다 보니 충전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충전소를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한국과 달리 호주에서는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충전소를 찾기 어려우므로 아직까지는 제약이 많습니다.
호주에서 살면서 느낀 한국과의 다른 문화 차이 5가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도 다섯 가지 더 이어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런 차이점에 처음에 호주에 오면 다소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호주의 느긋한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게 됩니다. '빨리 빨리'의 한국과 '느릿 느릿'의 호주는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처음 호주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에게 놀라움을 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차이에 적응하고, 오히려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과 다른 호주의 문화를 이해하고 미리 준비하면, 더 즐겁고 편안한 호주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