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자연’이죠. 끝없이 펼쳐진 초원, 캥거루, 코알라 같은 야생동물들. 이런 자연환경 덕분일까요? 호주는 동물복지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기준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단순히 반려동물만 잘 챙기는 걸 넘어, 농장동물부터 야생동물까지 폭넓은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죠. 저는 처음에 호주에 왔을 때 제 눈에는 큰 쥐처럼 보이는 포썸을 네이티브 동물이라는 이유로 모든 호주 사람들이 보호하고 신경쓰는 것을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어요. 동물 복지에 끔직한 또 다른 나라 뉴질랜드에서는 포썸이 네이티브가 아닌 호주에서 유입된 페스트로 여겨져 죽여도 상관이 없었지만 호주에서는 끔직히 보호하죠. 그리고 한국에서는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지만 호주에서 살다보면 동물 복지에 대해 자연스레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다보니 달걀을 살 때도 꼭 Free range로 구매를 합니다. 이 글에서는 호주의 동물복지 정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법과 제도는 물론 실제 생활 속 적용까지, 조금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동물도 ‘권리’가 있다: 호주의 법적 기준
호주는 ‘동물은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동물보호법을 세웠어요. 흥미로운 점은, 이런 법들이 주정부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건데요.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는 연방국가라 주마다 자체적인 동물복지법을 운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뉴사우스웨일즈주는 ‘동물학대 방지법(1979년)’, 빅토리아주는 ‘동물학대 방지법(1986년)’이라는 이름의 법률이 따로 있습니다. 법마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말 것, 충분한 먹이와 물, 쉼터, 치료를 제공할 것을 명시하고 있어요. 그럼 이 법을 누가 지킬까요? 경찰도 있지만, RSPCA(동물학대방지협회)라는 비영리 단체가 실제 단속과 교육을 병행하기도 해요. 우리나라로 치면 동물보호단체가 정부 권한을 위임받아 법을 집행하는 거죠. 제가 호주 연어를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 많은 조사를 했었어요. 그 때도 한국에서 이미 흔했던 노르웨이와 칠레산 연어에 비해 호주 연어가 비쌌지만 동물 복지가 더 좋다보니 같은 크기의 양식장 공간 안에 더 적은 마리의 연어를 키우고 있었어요. 그렇다보니 당연히 수율과 맛이 더 좋았고 조금 더 비싸도 한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어요. 조금 비용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이런 엄격한 시스템이 호주 전역에서 가능한 건, 호주 사회가 동물복지를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에요.
농장동물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호주는 말 그대로 ‘축산 강국’이에요. 소, 양, 돼지 같은 가축이 엄청나게 많이 키워지다 보니, 농장동물의 복지는 늘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래서 호주는 농장동물에 대해서도 아주 꼼꼼한 기준을 정해놨어요. 대표적인 게 ‘가축 복지 기준 및 지침(Australian Animal Welfare Standards and Guidelines)’인데요, 여기에는 사육환경, 공간, 먹이, 물, 질병 대응, 도축 방식까지 다 포함돼 있어요. 예를 들어, 동물은 최소한 누울 수 있는 공간과 쉬는 시간을 보장받아야 하고, 운송 중에도 물과 휴식이 필수입니다. 너무 빽빽하게 가축을 실어 나르면, 운송업자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해요. 그리고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게 바로 ‘생체 가축 수출(Live Export)’이에요. 호주는 소나 양을 살아 있는 채로 중동이나 아시아로 수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통을 받는 동물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2023년부터는 이 생체 수출을 점점 줄이고, 도축 후 수출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에요. 게다가 닭의 배터리 케이지 금지, 돼지의 분만틀 사용 제한 같은 세부 정책도 점점 확대되고 있어요. 즉, 호주는 ‘돈을 버는 산업’에서도 동물복지를 놓치지 않겠다는 거죠.
반려동물, 그냥 키우는 게 아니에요
호주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단순히 '귀여워서' 입양하는 게 아니에요. 법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책임 있는 보호자’가 되는 것이 강조돼요. 예를 들어, 대부분의 주에서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반드시 등록해야 하고, 마이크로칩을 이식하는 것도 필수예요. 유기된 동물은 반드시 소유주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펫숍’에서 쉽게 동물을 사는 것도 어려워요. 대부분의 반려동물 입양은 보호소나 등록된 브리더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상업적 번식은 아주 엄격하게 규제돼요. 빅토리아주 같은 경우는 ‘퍼피 팜(Puppy Farm)’ 규제법을 도입해서, 번식장 전수조사를 하고 등록제를 운영 중이에요. 또한, 학교 교육이나 지역 프로그램을 통해 생명존중 교육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요. 단순히 '강아지 키우는 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동물을 대하는 자세를 가르치죠. 이런 문화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자원봉사 가는 것도 흔한 일이고, 동물보호 기부도 생활의 일부예요.
호주는 동물복지를 단순한 ‘제한’이나 ‘처벌’의 개념으로 보지 않아요. 오히려 동물이 함께 사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죠. 법은 그 인식을 구체화한 장치일 뿐이에요. 우리도 이제는 '사람이니까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동물도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사회 전반에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법이든 교육이든, 호주의 사례처럼 제도와 인식이 같이 가야 진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